소니 A7C II를 산 뒤로 렌즈 때문에 계속 고민이었습니다. 바디는 컴팩트한데 정품 단렌즈를 달면 무거워지고, 그렇다고 번들 줌렌즈만 쓰자니 아이 사진이 아쉬웠습니다.

소니 A7C II에 대형 줌렌즈를 달았을 때

무거운 렌즈를 달면 카메라 가방에 들어가는 순간이 많아집니다. 아이 손 잡고 짐 들고 다니는 육아 현장에서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두는 건 결국 사진을 안 찍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고른 게 빌트록스 AF 50/2.0 FE였습니다.

빌트록스 AF 50/2.0 FE 박스


205g, 이게 왜 중요하냐면

풀프레임 50mm 단렌즈 중에서 이 무게는 꽤 특별한 숫자입니다.

소니 정품 FE 50mm f/1.8이 186g이긴 한데, 이 렌즈는 모터가 너무 느리고 시끄럽습니다. 뛰어다니는 아이를 찍으려면 AF 속도가 중요한데, 정품 50/1.8은 ‘지익- 지익-’ 소리를 내면서 초점을 잡습니다. 빌트록스는 STM 스테핑 모터라 소리가 없습니다.

비교군에 자주 나오는 시그마 56mm f/1.4는 280g이고 크롭바디 전용이라 A7C II 같은 풀프레임에 달면 화각이 좁아집니다.

렌즈무게가격비고
빌트록스 AF 50/2.0 FE205g20만 원대 후반풀프레임 · STM 모터
소니 FE 50mm F1.8186g25–30만 원대풀프레임 · 구형 모터
시그마 56mm F1.4 DC DN280g30만 원대 후반크롭 전용

205g이면 생수병 반도 안 됩니다. 하루 종일 목에 메고 다녀도 피로감이 거의 없습니다.

빌트록스 AF 50/2.0 FE 렌즈 단독


50mm가 아이 사진에 맞는 이유

육아 스냅에서 50mm를 많이 쓰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35mm 풀프레임 기준으로 인간의 시야각과 가장 비슷한 화각입니다. 광각처럼 얼굴이 왜곡되지 않고, 망원처럼 멀리서 소리치며 찍지 않아도 됩니다.

빌트록스는 소니 정품보다 색감이 살짝 따뜻합니다. 아이 피부톤이 차갑게 나오지 않고 화사하게 살아납니다. 라이트룸에서 자동 렌즈 프로필도 지원해서 왜곡과 비네팅 보정이 원클릭입니다.

소니 A7C II + 빌트록스 AF 50/2.0 FE 장착

50mm의 또 다른 장점은 여행지에서 자연스러운 공간감을 담는다는 겁니다. 너무 좁지도 넓지도 않아서 아이와 주변 풍경이 함께 들어오는 구도가 쉽게 나옵니다.

경주 여행, 50mm로 담은 풍경


F2.0이 부족하지 않을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f/1.4나 f/1.8보다 어두운 f/2.0으로 아웃포커싱이 될까 하는 의문인데, 일상적인 육아 스냅에서는 충분합니다.

실내 자연광에서는 f/2.0으로도 배경이 부드럽게 흐려집니다. 야외 낮 시간에는 어차피 f/2.8 이상 조여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f/2.0은 오히려 최적의 밝기입니다. A7C II의 고감도 노이즈 처리가 워낙 좋아서 ISO를 올려도 크게 부담이 없습니다.

배경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날아가지 않는다는 게 오히려 장점이라고 느꼈습니다. 아이와 배경(공원, 해변, 실내 공간)이 함께 남아서 사진이 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아이 사진 실제 결과물 — f/2.0, 자연광

위 사진이 f/2.0 실사용 결과입니다. 배경의 한옥 건물과 빛이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으면서 아이에게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됩니다. 색감도 따뜻하게 살아있고, Eye-AF가 뒤를 돌아 앉은 아이를 정확하게 잡았습니다. 따로 보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이 정도가 나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는 반드시 먼저

구매 후 바로 쓰지 마시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먼저 하세요.

초기 버전에서 AF 헌팅(초점이 앞뒤로 흔들리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렌즈 후면의 C타입 포트로 PC에 연결해 v1.0.5로 업데이트하면 AF 안정성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소니 Eye-AF와의 연동도 업데이트 후에 훨씬 자연스럽게 작동합니다.

뛰어다니는 아이를 찍어도 초점을 놓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소니 A7C II + 빌트록스 AF 50/2.0 FE 측면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주말 나들이가 잦은 육아 가정, A7C II나 A7C처럼 컴팩트 바디를 쓰는 분, 단렌즈 입문을 고민 중인 분께 추천합니다. 20만 원대 후반에 이 무게와 성능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어두운 실내 스튜디오 촬영이 메인이거나 f/1.4급의 극강 아웃포커싱이 꼭 필요하다면 다른 렌즈를 고려하세요.

하루 종일 무거운 렌즈에 지쳐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두는 것보다, 205g짜리를 목에 걸고 아이의 순간을 한 장이라도 더 찍는 게 남는 장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