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장기체류를 계획하면 가장 먼저 막히는 게 예산입니다. 블로그마다 숙소 협찬이나 렌터카 광고가 섞여 있어 실제로 얼마가 드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저희 가족은 2025년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구좌읍 한동리에서 20일을 보냈습니다. 초등학생 둘 포함 4인 가족, 모든 경비를 카드로 결제해 정확히 기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숫자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고, 이 예산이 가능했던 이유를 정리합니다.

총 경비: 393만원

  • 숙소 (에어비앤비 20박): 161만원 → 하루 80,500원대
  • 이동비 (완도 왕복 배편 + 자차 선적): 64만원
  • 현지 생활비: 168만원 → 하루 평균 84,000원

숙소·이동비를 빼면 4인 가족이 하루 8만원대로 생활한 셈입니다.

2025 한여름 제주도 — 4인 가족 20일 기록

현지 168만원, 어디에 썼나

항목금액비중
식비94만원56%
쇼핑/생활용품36만원22%
주유비21만원13%
관광/문화활동17만원10%

식비가 절반을 훨씬 넘는다는 게 놀랍지만, 4인이 20일을 생활한 수치입니다. 중요한 건 외식과 집밥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입니다. 관광·문화에 17만원만 쓰고도 아이들 만족도가 높았던 건 아래 4가지 결정 덕분입니다.

이 예산을 만든 4가지 결정

결정 1: 취사 가능 숙소

4인 가족이 제주에서 매끼 외식하면 한 끼 4–6만원, 하루 세 끼면 20일에 60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취사 가능 숙소를 선택하는 것만으로 지출 구조 자체가 바뀝니다.

저희는 구좌·성산의 하나로마트를 거점으로 했습니다. 대형마트 수준의 식재료에 신선한 제주 해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고등어회, 우니, 딱새우회를 마트에서 사서 숙소에서 먹으면 식당 가격의 3분의 1입니다. 아이들도 제주의 맛을 직접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예약 전 가스레인지·냄비·프라이팬 구비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같은 가격 숙소도 주방 상태에 따라 실제 생활비가 50% 이상 차이 납니다.

결정 2: 일상 루틴의 누수 막기

작은 지출이 쌓입니다. 하루 커피 두 잔이 제주에서는 1만원 이상, 20일이면 20만원입니다. 캡슐 머신(버츄오)을 챙겨가면 한 잔이 1,000원대로 내려갑니다. 아이 음료는 스틱 콤부차나 이온 음료를 텀블러에 담아두면 편의점·카페 방문 빈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20일에 수십만원 차이가 납니다.

반찬통과 냉동밥 용기 2–3개도 챙겨가세요. 마트에서 산 음식을 보관하고 밥을 소분해 냉동해두면, 아이가 투정하거나 피곤한 날 즉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찬 낭비도 줄어들고 불필요한 외식도 줄어듭니다.

결정 3: 탐나는전·다자녀 카드 챙기기

탐나는전은 제주 지역화폐로, 로컬 맛집·카페에서 결제하면 10% 캐시백이 붙습니다. 한 달 한도 7만원(결제 기준 7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 경비의 70% 이상을 여기서 결제하면 월 20–30만원까지 절약도 가능합니다. 저희는 이걸로 약 7만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자세한 사용법 → 탐나는전 실전 가이드

**다자녀 카드(아이행복카드)**는 제주 공공 박물관·폭포·자연유산지에서 입장료를 무료 또는 50% 할인해줍니다. 성산일출봉, 비자림, 천지연폭포,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등이 대상입니다. 관광·문화 지출을 17만원 선에서 막을 수 있었던 핵심입니다. 다이소도 현지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물놀이 용품, 생활 소모품, 아이 간식 도구까지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어 짐을 줄이면서 예산도 아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발급·적용 현황 → 탐나는전·다자녀 카드 실전 가이드

결정 4: 건강 예방 투자

아이 한 명이 아프면 일정 전체가 틀어지고 병원비·약값이 추가됩니다. 출발 한 달 전부터 영양제, 유산균, 종합감기약을 챙겨두세요. 여름 제주는 덥고 습해 아이 체력이 생각보다 빨리 떨어집니다. 미리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 예기치 않은 의료비 지출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비용 0원, 아이들이 가장 신나했던 것들

재미있게도 아이들이 가장 오래 몰입한 활동은 무료였습니다.

제주 오름에서 아이들

  • 한동리 바닷가: 숙소에서 10분, 소라게·보말·조개를 직접 채집. 어떤 테마파크보다 오래 있었습니다.
  • 다이소 무전기(5,000–10,000원): 해변과 숙소 마당에서 교신하며 아이끼리 규칙을 만들고 상황극을 펼쳤습니다.
  • 읍면 공립 도서관: 냉방이 잘 되고 아이용 만화책이 풍부합니다. 이동 중 빌린 책으로 시간을 채우면 불필요한 카페·기념품 지출이 줄어듭니다.
  • 오조포구 산책: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 산책길, 입장료 없이 주차도 수월합니다.

오조포구 —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안

이동 수단: 자차 선적이 경제적이었다

렌터카 대신 자차를 선적했습니다. 완도항에서 출발하면 약 2시간 30분, 부산·목포보다 짧고 하선도 빠릅니다. 카시트·침구·생활용품을 그대로 실을 수 있어 현지에서 추가 구매가 거의 없었습니다. 해변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 바로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것도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예상 외로 편리합니다.

  • 왕복 배편 + 차량 선적: 64만원
  • 20일 렌터카 비용과 합산하면 자차 선적이 훨씬 경제적

자차 상태가 좋지 않거나 짐이 적다면 렌터카가 나을 수 있습니다. 배편 예약과 선적 절차 → 완도-제주 배편·차량선적 예약 가이드

여행 기록 바인더 — 20일의 기억

숙소 선택 주의사항

에어비앤비 독채 숙소는 초기 청소 상태가 기대보다 낮을 수 있습니다. 제주 동쪽 농촌 지역은 주변에 밭이 많아 환기 중 먼지가 쌓입니다. 장기체류라면 체크인 전 청소 상태 확인을 요청하고, 입주 당일 정리 시간을 넉넉히 잡아두는 게 좋습니다.

400만원 이하로 제주 20일을 마무리한 건 어느 한 가지 절약 방법 때문이 아닙니다. 숙소 선택부터 루틴, 할인 카드, 무료 활동까지 작은 결정들이 쌓인 결과입니다.

저녁 바닷가 — 비용 없이 가장 오래 머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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